어렸을 때 부터 일년에 한두번은 편도염으로 고생을 했다. 고열과 통증으로 엄마를 많이 걱정 시켰었다. 그게 너무 단련이 되어서인지 어지간한 편도염 통증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정도로 익숙해졌고 진통제도 알아서 챙겨 먹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 고열도 미열로 바뀌었고 편도염은 그냥 연례행사 처럼 지나치는 존재가 되었었다.
몇 년 전 어느날, 역시나 편도염이 왔고 몸이 많이 안좋았다. 아마 그때 나는 열이 나고 있었고 밥도 거의 먹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그런데 갑자기 딘타이펑의 소룡포가 너무 먹고 싶었다. 다 나으면 먹으러 가야지 수준이 아니라 지금 먹고 싶다였다. 어쩌겠는게, 응석 부릴 수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한 껏 응석을 부렸다.
엄마에게 광진구에 사는 엄마가 강남역에 있는 딘타이펑에 가서 소룡포를 사다 달라고… 매우 황당해 하는 엄마는 결국 마지못해 아들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딘타이펑이라는 식당을 가기 위해 그 복잡한 강남역까지 운전해서 갔고 소룡포 두개를 포장해다 아들이 앓아 누워 있는 오피스텔에 가져다 주었다.
그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소룡포 맛 이었겠지. 아마 아파서 잘 먹지도 못했을 거다. 그럼에도 그 엄마가 받아준 응석과 엄마의 마음은 내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코로나로 심하게 앓고 있는 지금… 입맛이 없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어지러움을 느끼고, 고열에 의한 고통을 느끼면서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느꼈을 그 모든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이 떠오른다. 사무치게 그립고 미안하다. 그런 힘듦을 낫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못 본척 했던 나에게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엄마가 해주던.. 오므라이스가, 찌개가 다시는 먹지 못할 그것들과 나의 응석을 받아 주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아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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